진단 이후, 약을 받은 날. 혈당체크를 제대로 시작했고, 어플에 기록했다. 10.9의 당화혈. 266이라는 혈당. 저녁이 되어서 약이 받는건지 182까지 내려갔으나, 이제 약을 먹기 시작했으니 방심할 수 없었다. 매일매일 수없이 손가락을 찔러댔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 때부터 기록을 했어야 했는데... 사실 1년 4개월만의 한국행인지라 먹고싶은게 너무도 많았고, 솔직히 일본 돌아가서 관리하겠다 라는 생각이 되게 컸던 것 같다.
오르락내리락 난리가 나버린 내 혈당. 약과 내 몸이 싸우고 있는 중인 듯 했다. 하지만 점점 약이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살짝 기분이 업되고 있던 나. 그저 약때문임에도 조금씩 줄어드는 수치가 너무 기분이 좋았다.
병원을 가기로한게 금요일. 그 직전까지의 체크내용이다. 기계에 날짜, 시간설정을 안해놔서 난리지만... 어플로 체크중이니까. 여튼 혈당이 잡혀 두자릿수까지 내려갔다. 기쁜 마음을 가지고 병원을 찾아갔고, 그 날 공복 혈당은 104. 관리가 잘 되고 있으니 약을 줄여주겠다고 하셨다. 대신 고지혈증에 대한 약을 받았다.
자디앙듀오정은 그대로, 그리메피드정이 빠졌다. 그 자리에 고지혈증 약이 들어왔다. 다음 병원 방문은 약 3개월 후. 한국을 갈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될 것 같아서이고, 약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양이 그정도여서다. 3개월 후까지 어느정도 관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몸무게를 70까지는 빼야한다고 하셨다.
이 때는 몸무게는 최초와 같이 91kg. 관리는 아직 시작도 안한 시점이었다. 그리고 고향집에 자전거 운동기계를 들였고, 하루에 1시간은 꼭 자전거를 돌리기 시작했다.
돌리고 나서는 혈당이 계속 정상치를 기록했지만, 아직 공복혈당은 잘 안잡힌다. 피로도와 내장지방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일단 가장 중요한 목표는 체중감량임이 틀림없다.
당뇨판정을 받은건 2022년. 올해 5월이다. 한국에 잠시 들어갈 준비를 하면서 눈이 아파서 안과를 갔더니, 당뇨병성 망막병증같다고 당뇨병 전문 병원을 소개해주었다. 눈 사진도 끔찍했는데, 사실 그 때는 이것저것 검사비가 많이 나온 점이나 이후에는 어떻게 하지 하는 막막함 뿐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들, 과연 나에게 전조증상은 없었는가? 그럴리가.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막연하게 나는 지금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제로콜라 마시고 있으니까 괜찮아! 하고 병원을 가지 않았던게 나에게는 큰 독이 된 것이다. 그럼 어떤 증상이 있었는가?
1.신경병증 - 정말 오랜 시간 원인모를 발 통증으로 고생했다. 일본 내에서는 나에게 '족저근막염'을 진단했고, 나는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평발이었으니까. 물론 족저근막염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장시간 서서 하는 일을 했었고, 체중이 발을 짓누르는건 맞으니까. 하지만 족저근막염이라기에는 너무 오랜기간 발이 아팠고,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기에 집 근처의 신경내과를 찾아갔다. 신경내과에서는 말초신경병을 진단했는데, 이 때 '당뇨병성'임은 진단하지 않았다. 그 흔한 피검사조차 해주지 않고 그저 말만 듣고 내린 결과... 족저근막염을 진단한 정형외과는 '소염진통제 + 붙이는 파스'를 처방했고, 물리치료는 없었다. 말초신경병을 진단한 신경내과는 '말초신경을 진정시키는 소염진통제'를 처방했다. 물론, 둘 다 내 발을 고치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2.포도막염(망막병증) - 몇 개월에 한 번 꼴로 포도막염이라는걸 겪었다. 빛을 보면 눈이 시리고 아프면서 눈물이 줄줄나고 머리까지 아픈. 그 때마다 병원을 갔었고, 한국에서도 한 번 갔었다. 스테로이드성 안약과 동공의 근육을 풀어주는 약을 같이 처방받았었고, 안경은 쓸 필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고 급기야 1.5/2.0을 자랑하던 내 시력은 0.15/0.3 이라는 시력검사 결과를 받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시 찾아온 포도막염. 안과의사가 뭔가 이상했는지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했고, 그 결과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의심된다고 내과를 추천받았다.
당시 눈 사진. 출혈이 곳곳에 있다고 했다.
3.혈당, 요당 수치가 '경고'수준 - 소변검사, 피검사에서 항상 콜레스테롤과 당을 조심해야한다고 했다. 일본 병원에서 진단한 내용인데, '그냥 단 거 줄이시고 운동하세요' 정도의 이야기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음료수를 끊고 운동을 조금씩 시작했다. 그걸로 나아졌으면 참 좋았으련만...
위와 같은 전조현상들이 있었음에도 그냥 단 거 좀 안먹으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넘긴게 화근이었다. 결국 한국으로 날아가서 자가격리가 끝나자 마자 병원부터 찾아갔고 거기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자가격리 중에도 원래 당뇨병을 앓고계신 아빠의 혈당측정기로 혈당을 체크해봤는데... 공복혈당이 280대, 식후 혈당은 300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빨리 병원으로 달려갔다.
진단 당시의 당화혈색소는 10.1%. 옜날같으면 당장 인슐린 주사를 꽂고 입원했다가 매일매일 주사를 맞아야하는 수치였을 것 같다. 진단 받은 날의 공복혈당도 280이었고, 당시 건강검진상의 키는 178.6cm 몸무게는 91kg이었다. 자디앙듀오정5 / 1000mg 에 그리메피드정 1mg. 그리고 신경병증 약까지 총 3알을 처방받았고 신경병증 약은 아침약에만 들어있었다.
진단 당시 받았던 약봉지당뇨인의 필수품 혈당측정기
이제는 필수품이 되어버린 혈당측정기까지 구입함으로써 이제 관리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
이제 일반인이 아닌 당뇨인이 되어버렸다. 결국은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간다해도 또 다시 찾아오는게 당뇨라, 평생관리라고 하지만 잘 관리하다보면 과학은 그만큼 발달해있겠지 라는 기대를 하며 힘내보기로 했다.